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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들 "조상묘" 숨은 명당찿기

仁山 -세발낙지 2009. 12. 9. 10:56
대선주자들 "조상묘" 숨은 명당찿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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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3수’ 이회창, 출마선언 전 선영 이장 “대망론 연계성 주목”
DJ시절 풍수 관심 고조…‘비밀 책사’ 동원 명당 통한 권력 좇기
‘왕후장상(王侯將相)의 씨는 따로 없다. 군왕지지(君王之地)에 묘를 쓰면 종놈도 왕이 될 수 있고 노비도 왕이 될 수 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조상묘 이장 소식에 대선주자들이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대선 출마를 코앞에 두고 벌인 ‘거사’라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닌 눈치다. 겉으론 무관심하다. ‘풍수, 그까짓 거’라는 투다. 하지만 물밑 사정은 다르다. 성질 급한 몇몇 대선주자들은 알게 모르게 ‘비밀 책사’들을 동원, 자신의 ‘천운’을 미리 점쳐보는 데 부산한 형국이다. 한 출마자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조상묘 때문에 요즘 밤잠까지 설친다고 한다. 실제 정치인들에게 풍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유혹이다. ‘대권’야망을 품은 대선주자들은 더더욱 그렇다. 조상 선영 중 ‘부모 묘’가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는 풍수학자들의 조언에 따라 <일요시사>는 대선주자들의 선대묘소를 우선 둘러보기로 했다.

바야흐로 풍수 호사가들의 시즌이다. ‘하늘이 낸다’는 대선이 불과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풍수학자들은 선영의 지세를 보면 누가 당선하고 누가 낙선할지 미리 알 수 있다고 자신한다. 물론 저마다 가리키는 방향은 다르다.
그러나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 대선주자들도 자택, 사무실 등을 정할 때 명당을 염두에 두고 ‘옥석 고르기’에 부심하는 눈치다. 하다못해 ‘뒷간’위치까지 풍수지리에 의존하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조상 묏자리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길흉화복의 원천지라고 판단하는 이유에서다. 그만큼 정치인들에게 ‘명당 콤플렉스’는 적지 않는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특히 역대 대통령들의 선영을 두고 쏟아지는 찬사는 대선주자들의 호기를 더욱 부추긴다. 윤보선 대통령부터 노무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모든 전·현직 대통령은 신앙과 관계없이 선조 묘를 이장하거나 암장하는 등 풍수지리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다. 대권을 노린 일부 후보들도 명당을 통한 권력잡기에 강한 집념을 보여 왔다.

물 만난 풍수 호사가들 가리키는 방향 제각각
풍수에 대한 관심은 김대중(DJ) 전 대통령 시절부터 고조되기 시작했다. DJ는 15대 대선을 2년 앞둔 1995년 11월 부친 등의 묘 3기를 이장했다. 전남 신안군과 경기 포천군 공원묘지에서 경기 용인으로 옮긴 것. 우연일까. DJ는 그로부터 2년 뒤 3전 4기 끝에 청와대로 들어갈 수 있었다. 앞서 1992년 대선 당시 풍수학자들은 대체적으로 DJ 보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손을 들어 줬었다. DJ와 YS의 선대묘소를 비교한 결과다.
DJ의 경험은 여러모로 요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닮은꼴이다. ‘대권 3수’가 그렇고, 대권 도전을 앞두고 조상 묘를 이장한 것도 그렇다. 최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 전 총재는 지난 6월∼7월 충남 예산군 산성리에 있던 조부모를 비롯한 직계 조상들의 묘 9기를 같은 예산군 내 녹문리로 옮겼다. 정치권에선 이번 이장이 이 전 총재의 ‘대망론’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총재 측은 “선대묘 앞에 아파트를 짓는다는 예산군의 요구에 따라 옮긴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와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이곳엔 그의 부친과 모친의 묘가 합장돼 있다. 이 전 총재는 16대 대선을 불과 1개월여 앞둔 2002년 10월 작고한 부친을 산성리에 안장했다가 주변 아파트 주민 등의 민원 제기로 2004년 4월 10여㎞ 떨어진 지금의 녹문리로 이장한 바 있다. 예산은 풍수학상 ‘왕기’(王氣)가 서린 명당으로 소문난 지역. 전설 속 천하명당인 ‘자미원’(박스기사 참조)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가 2001년 부친의 묘를 충남 부여에서 예산(신양면 시왕리)으로 옮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에 이 전 총재가 묘를 옮긴 녹문리 선영도 ‘선비가 앉아서 책을 보는 지세’등 풍수지리상 명당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그에게 묏자리를 잡아 준 한 풍수지리가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전 총재의 새 선산은 후손 중 군왕이 나올 수 있는 군왕지에 속하는 명당”이라고 전했다.
“이 전 총재 친척 등이 부탁해 이장지를 정해 줬습니다. 이번에 이장한 녹문리는 후손에게 ‘제왕의 길’을 열어 줄 좋은 터죠. 특히 올해는 부모 묘소를 합장한 지 2년째로 기가 세지는 해입니다. 이 전 총재 관운도 좋아 출마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의견도 있다. 풍수지리 전문가 조광씨는 “옛터가 더 좋았다. 이장지가 원자리보다 못하다. 1996년 대선이 시작될 즈음 주변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묘지의 청룡과 백호가 깨졌지만, 그 전까지는 지금의 터보다 나았다”고 판단했다.
실제 풍수학자들은 2002년 대선 당시 이 전 총재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막판에 밀린 기운을 조상들의 묏자리에서 찾는다. 한마디로 대통령 나올 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김해 진영 봉하리에 자리 잡고 있는 노 대통령 부모의 선영은 언뜻 보면 평범한 듯하다 묘지 주변의 ‘괴혈’(怪穴·자연적으로 생성된 바위 덩어리)이 일품이라는 평가다. 괴혈은 후손에 미치는 영향력으로 해석된다.
2002년 9월 발간된 <권력과 풍수>에서 김두규 우석대 교수는 ‘선영의 기운’이라는 측면에서 노 대통령이 가장 좋다고 점친 바 있다. 김 교수는 당시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예언한 몇 안 되는 인물이다.
“선영으로만 보면 노무현 후보가 대선후보 가운데 가장 좋습니다. 뒤를 받쳐주는 현무가 든든하고 앞쪽 주작에 해당하는 산이 가깝게 있어 조상의 기운을 가장 빠르게 받을 것입니다.”

“뒤 받치는 현무 든든”…2002년 노풍은 조상탓?
그렇다면 2007년 대선주자들의 조상 묏자리 풍수는 어떨까. 현재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대선주자들의 선영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그러나 하나같이 대권을 잡을 수도 있다는 것이 여러 풍수 호사가의 종합된 의견이다.
우선 가장 관심을 끄는 곳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선영이다. 현재까지 다른 후보들보다 몇 배의 압도적 여론 지지율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지율 50%를 넘나들며 대권 1순위를 달리고 있는 이 후보 부모의 묘는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영일목장에 있다. 이 후보 캠프 측은 “이 후보 집안이 독실한 기독교인 이유로 풍수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풍수가들의 진단은 약간 인색하다. A씨는 “규칙과 질서가 전혀 없는 중구난방의 요란한 모습”이라며 “무엇 하나 이로움이 없다”고 평가했다. B씨도 “아쉬움만 가득한 자리”라고 전했다. 이에 비해 조광씨는 “뒤(자신)는 좀 미흡하지만, 앞(대인)이 좋다. 큰 인물은 남이 도와야 하는 만큼 앞으로의 전망이 밝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의 선영과 비슷한 모양새”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이 후보가 ‘서울의 명당수’ 청계천 복원을 통해 스스로 대운을 개척했다는 의견도 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선대 묘소는 자신의 고향인 전북 순창군 구림면 통안리에 있다. 이곳은 순창의 명산 회문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정 후보는 대사를 앞두고 항상 이 선영을 찾는다. 그 정도로 조상묘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추석 이 묘소를 찾은 정 후보가 일가친척과 함께 주변 환경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곳 역시 ‘왕기(王氣)가 흐른다, 아니다’라는 의견이 분분하다. “전체적으로 봉황의 형태다. 선대 묘소가 머리, 우측 청룡이 어깨와 날개, 밑으로 뻗은 산맥들이 꼬리 모습”이란 극찬이 있는 반면 “혈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쉬운 일이 아니다”라는 지적도 있다.
이인제 민주당 후보도 조상묘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이 후보는 2000년 9월 충남 논산시 연산면 어은리 선영에 안장했던 선친묘를 2004년 1월 2백여m 떨어진 곳으로 이장한 바 있다. 수척골산이라 불리는 이곳은 옛날 한 장수가 외적과 싸우다 상처를 입고 도망치다 죽어 부하들이 묵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자그마한 산이다. 마찬가지로 풍수의 힘을 빌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당시 이 후보는 1997년 ‘경선 불복’이후 재기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이 후보의 조상 묏자리를 봐준 지관은 옛 선영에 대해 “자리가 습해 물이 고이고 ‘육탈’(肉脫)이 안 되는 등 기운이 안 좋았다. 이는 이 후보가 겪은 일들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의 묘소는 선영내에서 ‘군왕혈’자리로 매우 좋은 곳”이라고 평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 선친의 묘소는 경남 산청 단성면 입석리에 있다. 선영은 평범하기 그지없다. 여느 산소와 다를 바 없다는 평이다. 눈에 띄는 점은 권 후보도 선친 묘소를 한 차례 이장했다는 사실이다.

‘귀에 걸면 귀고리 코에 걸면 코걸이’
그러나 권 후보의 선영 이장은 ‘명당 찾기’와는 거리가 멀다. 그의 선친은 한국전쟁 때 좌익 활동을 했다. 권 후보도 스스로 ‘빨치산 아들’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민노당 관계자는 “그의 아버지는 지리산 일대 빨치산 토벌 때 마을에 내려왔다가 사망했고, 그 주변에 가묘로 방치돼 있었다고 한다”며 “이후 빨치산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가라앉았을 때 산청으로 옮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선 해가 되면 온갖 예측이 난무한다. 그러나 저마다 말이 다르다. 또 예언은 빗나간 경우가 훨씬 많다. ‘귀에 걸면 귀고리 코에 걸면 코걸이’식이다. 올해도 사정은 똑같다. 여기저기서 당선자 예측이 무성하다. 과연 올해는 누구의 선영에서 ‘대권의 싹’이 움트고 있을까.
김성수 기자